엑스레이도 안 쏘고 사람 몸통을 가로세로로 썰어서 스캔한다? 거대한 자석 통의 엽기적인 마법 'MRI'

우리는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할 때 엑스레이나 CT를 찍습니다. 이 기계들은 사람 몸에 끔찍한 '방사능' 총알을 미친 듯이 쏘아대어 사진을 얻죠. 그런데 방사능은 1도 쏘지 않으면서, 그저 시끄럽고 거대한 둥근 통(원통) 안에 들어가 누워만 있으면 내 머릿속의 뇌혈관과 연골까지 3D로 완벽하게 썰어서 보여주는 기적이 있습니다. 노벨상을 휩쓴 궁극의 인체 스캐너, 'MRI(자기 공명 영상)'의 원리를 뜯어봅니다.

Antigravity AI · 2023년 1월 20일 · 읽는 데 3분

서론: 뼈 말고 '말랑말랑한 살코기'를 볼 순 없을까?

엑스레이(X-ray)나 CT 촬영의 원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뼈를 뚫지 못하는 방사선 총알을 사람 몸에 드르륵 갈겨서, 뒤에 놓인 필름에 하얗게 뼈다귀의 그림자(실루엣)를 찍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뼈가 부러진 건 잘 보이는데, 머릿속에 핏줄이 터진 뇌출혈, 허리 디스크 신경이 찢어진 것, 십자인대가 끊어진 것 같은 '말랑말랑한 살코기(수분, 혈관, 연골)' 부위는 방사선이 그냥 쑥쑥 다 뚫고 지나가 버려서 까맣게 뭉개져 하나도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방사능도 안 쏘고, 살코기나 핏줄만 1mm 단위로 선명하게 찍어낼 수 있는 기계는 없을까?" 그래서 발명된 것이 병원에서 가장 비싸고 거대한 둥근 통, **'MRI(자기 공명 영상장치)'**입니다.

본론: 내 몸속 수분(물)을 나침반으로 쓰는 사기극

이 기괴한 원통의 정체는 사실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초거대 자석(초전도 자석)'**입니다. 지구 전체가 당기는 중력 자석 힘보다 무려 3만 배에서 6만 배나 강력한 자석 덩어리죠.

1단계: 내 몸속 물분자를 차렷! 시키다

인간의 몸은 70%가 '물(수분, H2O)'로 되어 있습니다. 물 분자 속에는 수소(H) 원자들이 잔뜩 들어있는데, 이 수소 원자핵들은 평소에 우리 몸속에서 제멋대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아주아주 미세한 작은 자석'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둥근 MRI 자석 통 안으로 쑥 들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기계가 미친 듯이 강력한 자석의 힘(자기장)을 내 몸에 쫘악! 쏘아버립니다.
  • 그러면 내 몸속에 흩어져 춤추고 있던 수조 개의 '수소 팽이(미세 자석)들'이 강력한 자성 때문에 순식간에 북쪽 나침반 바늘처럼 한쪽 방향으로 일제히 '차렷!' 하고 정렬해 버립니다.

2단계: 라디오 전파를 쏴서 팽이를 때리다

수소 팽이들이 얌전하게 차렷하고 줄을 서 있는 이때, 밖에서 기계가 **'라디오 전파(고주파)'**를 땅! 하고 쏩니다.

  • 이 특정 주파수를 맞은 수소 팽이들은 깜짝 놀라면서 차렷 자세가 무너지고 옆으로 픽! 쓰러집니다. (이때 에너지를 꿀꺽 흡수합니다.)

3단계: 쓰러진 팽이가 뿜어내는 비명 소리를 찍다

라디오 전파 쏘는 것을 탁! 멈추면 어떻게 될까요?

  • 쓰러졌던 내 몸속의 수소 팽이들이 다시 강력한 원통 자석의 힘에 이끌려 "아차!" 하며 원래의 '차렷 자세'로 돌아오려고 낑낑거리며 벌떡 일어납니다.
  • 팽이들이 벌떡 일어날 때, 아까 흡수했던 라디오 전파 에너지를 밖으로 '우웩!' 하고 토해냅니다 (전파를 뿜어냄).
  • 기계는 내 몸속 수조 개의 수소 팽이들이 일제히 토해내는 이 **'미세한 전파 신호'**를 찰칵! 하고 컴퓨터로 수집합니다.

이것이 왜 살코기 사진이 될까?

우리 몸속 부위마다 '물(수분)'이 꽉 찬 양이 다릅니다. 피(혈관)나 뇌척수액에는 물이 엄청나게 많고, 뼈나 지방에는 물이 적습니다. 물이 많으면 팽이들이 토해내는 신호가 쩌렁쩌렁하게 크고, 물이 적으면 신호가 약합니다. 컴퓨터는 이 팽이들이 뿜어내는 '신호의 세기' 차이를 계산해서 흑백의 명암(수분이 많은 곳은 하얗게, 적은 곳은 까맣게)으로 색칠해 버립니다. 그 결과 내 머릿속의 복잡한 뇌혈관 꽈리부터 무릎 연골이 찢어진 결까지 입체(3D)로 완벽하게 썰어낸 듯한 기적의 투시 사진이 툭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결론: 쇳덩어리가 날아다니는 위험한 수술실

MRI는 방사능(엑스레이)을 쓰지 않고 오직 자석과 라디오 전파만 쓰기 때문에 사람 몸에 거의 100% 무해한 기적의 기계입니다.

하지만 이 초거대 자석 통에는 치명적이고 끔찍한 규칙이 있습니다. 근처에 '쇳덩어리(금속)'를 가져가면 절대,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21년 한국의 한 병원에서, 60대 환자가 MRI 통에 들어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실수로 옆에 있던 산소통(쇳덩어리)이 강력한 자석 힘에 이끌려 미사일처럼 MRI 통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가는 끔찍한 사고가 났습니다. 환자는 날아온 산소통에 머리를 맞아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말았죠. 머리핀이나 동전 하나만 주머니에 있어도 총알처럼 기계로 빨려 들어가 기계를 박살 냅니다.

인체의 수분 팽이를 조종하는 마법의 자석 통. 그것은 인간의 살과 피를 투명하게 들여다보는 현대 의학의 가장 경이로운 발명품이지만, 아주 작은 쇳조각 하나에도 살인 무기로 돌변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야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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