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1도 뜨거워졌다고 한국에 물난리가 난다? 기후 깡패 '엘니뇨'와 '라니냐'의 나비 효과

어느 해에는 호주에 6개월 내내 비 한 방울 안 내리는 산불 지옥이 열리고, 같은 시간 남미 페루에는 홍수가 나서 나라가 잠깁니다. 그리고 그 해 겨울 한국은 유독 따뜻하고 비가 많이 오죠. 지구 반대편의 이 모든 기상 이변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범인이 바로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의 온도 변화, 아기 예수 '엘니뇨'와 여자아이 '라니냐'입니다. 바닷물 온도가 고작 1~2도 변했을 뿐인데 지구 전체가 발작을 일으키는 이유를 알아봅니다.

Antigravity AI · 2023년 1월 20일 · 읽는 데 3분

서론: 멸치를 쫓아낸 크리스마스의 악몽

남미 페루 앞바다는 평소에 아주 차가운 바닷물이 밑에서 콸콸 솟아오르는 곳입니다. 차가운 물에는 영양분이 많아서 멸치(안초비) 떼가 바글바글하고 어부들은 떼돈을 법니다. 그런데 2~7년마다 한 번씩, 이상하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페루 앞바다의 물이 목욕탕 온탕처럼 따뜻해져 버립니다. 바닷물이 뜨거워지니 멸치 떼는 씨가 마르고 어부들은 망해버렸습니다. 페루 어부들은 이 원망스럽고 기괴한 따뜻한 바닷물을 '크리스마스에 찾아온 남자아이(아기 예수)'라는 뜻의 스페인어, **'엘니뇨(El Niño)'**라고 불렀습니다. 어부들의 작은 투정인 줄 알았던 이 바닷물 온도 1도의 변화는, 훗날 전 지구를 집어삼키는 끔찍한 기후 재앙의 방아쇠였음이 밝혀집니다.

본론: 무역풍이 멈추면 지구가 병든다

이 모든 재앙의 시작은 적도 부근에서 1년 내내 동쪽(페루)에서 서쪽(인도네시아, 호주)으로 쌩쌩 부는 끈질긴 바람, '무역풍' 때문입니다.

1. 정상적인 해: 따뜻한 물이 호주로 몰려간다

평소에는 무역풍이 쌩쌩 불어서 태평양 한가운데의 뜨겁게 달궈진 표면 바닷물을 서쪽(호주, 인도네시아)으로 싹 다 쓸어버립니다.

  • 호주(서쪽): 따뜻한 물이 몰려와 수증기가 미친 듯이 증발해 구름을 만들고, 촉촉하게 **'비(우기)'**가 내립니다.
  • 페루(동쪽): 뜨거운 물이 저쪽으로 가버리니, 빈자리를 채우려고 바다 밑바닥에서 차가운 물이 올라와 시원하고 **'건조한 날씨'**가 유지됩니다.

2. 엘니뇨(El Niño): 바람이 멈춘 날의 재앙

그런데 몇 년에 한 번씩,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무역풍(바람)이 툭! 하고 약해지거나 멈춰버립니다.

  • 호주 쪽으로 밀려가야 할 뜨거운 바닷물들이 가지 못하고 태평양 한가운데와 페루(동쪽) 앞바다에 고여버립니다.
  • 페루 쪽(동태평양): 바다가 끓어오르며 수증기가 폭발해 1년 내내 비가 안 오던 사막에 끔찍한 **'대홍수'**가 납니다.
  • 호주 쪽(서태평양): 비를 뿌려주던 구름이 사라지며 끔찍한 '가뭄과 산불' 지옥이 펼쳐집니다. 이 엉망진창이 된 수증기의 흐름은 지구 전체의 대기 순환을 뒤틀어버려, 저 멀리 한국의 겨울 날씨를 비정상적으로 덥고 눅눅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3. 라니냐(La Niña): 바람이 미쳐 날뛰는 날

엘니뇨의 반대 현상입니다. '여자아이'라는 뜻이죠. 이번엔 반대로 무역풍(바람)이 평소보다 미친 듯이 강력하게 불어버리는 현상입니다.

  • 따뜻한 바닷물이 호주 쪽으로 너무 과하게 다 쓸려가 버립니다.
  • 호주 쪽: 비가 적당히 와야 하는데 구름이 너무 많아져 마을이 잠기는 **'슈퍼 홍수'**가 납니다.
  • 페루 쪽: 너무 차가운 물이 올라와 바다가 얼어붙을 듯 차가워지고, 끔찍한 **'슈퍼 가뭄'**이 찾아옵니다.
  • 한국: 라니냐가 오면 북극의 찬 공기를 막아주던 장벽이 무너지며, 한국에 뼛속까지 얼어붙는 시베리아 뺨치는 **'역대급 혹한(폭설)'**이 찾아옵니다.

결론: 나비 효과의 가장 거대한 실사판

바닷물 온도가 고작 1~2도(℃) 올랐다 내렸다 하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1도의 에너지는 수천 개의 원자폭탄이 터지는 것과 맞먹는 거대한 열기운입니다. 페루 앞바다의 온도가 1도 올라가면, 인도의 밀 농사가 망해 식량 폭동이 일어나고, 아마존의 밀림이 불타며, 한국의 배추값이 폭등합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인간이 뿜어낸 열기가 바다에 쌓이면서, 얌전하던 엘니뇨와 라니냐는 점점 더 미쳐 날뛰며 잦은 주기로 '슈퍼 엘니뇨'라는 괴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지구는 모든 혈관(공기와 해류)이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생명체이며, 엘니뇨는 지구가 더 이상 열을 버티지 못하고 뿜어내는 끔찍한 고열의 기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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