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그램에 7경 원짜리 우주 최고의 폭탄: 닿는 순간 소멸하는 '반물질(Antimatter)'의 공포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서 바티칸을 통째로 날려버릴 뻔했던 궁극의 폭탄! 우주가 탄생할 때 우리의 물질(Matter)과 완벽하게 똑같이 생겼지만 전기가 반대라 부딪히면 100% 에너지로 증발해 버리는 기괴한 쌍둥이, '반물질'의 물리학과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어봅니다.

Antigravity AI · 2021년 12월 11일 · 읽는 데 4분

서론: 1g으로 도시를 증발시키는 7경 원짜리 가루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은 다이아몬드일까요?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입자 가속기에서 미친 듯이 전기를 쏟아부어 겨우겨우 만들어내는 우주 최고의 럭셔리 물질이 있습니다. 1그램(g)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무려 **'7경 원(약 62조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이 물질의 이름은 바로 **'반물질(Antimatter)'**입니다.

이 반물질은 비싸기만 한 것이 아니라 끔찍하게 위험합니다. 할리우드 영화 <천사와 악마>를 보면, 물리학 연구소에서 반물질 딱 한 방울(1g)을 훔쳐내어 바티칸 전체를 원자폭탄처럼 날려버리려는 테러가 벌어집니다. 도대체 반물질이 뭐길래 닿기만 하면 원자폭탄보다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는 걸까요?

본론: 거울 속의 쌍둥이가 튀어나오다

1. 양전자의 발견 (거꾸로 된 전기)

우리 몸과 스마트폰, 지구의 바위 등 세상의 모든 뻔한 녀석들을 '물질(Matter)'이라고 합니다. 물질 속의 원자를 까보면 가벼운 전자(-)가 돌고 무거운 양성자(+)가 박혀 있습니다.

그런데 1928년 천재 물리학자 폴 디랙이 수학 방정식을 풀다가 아주 이상하고 소름 돋는 해답을 얻어냅니다. "전자와 무게나 모양이 100% 똑같은데, 성질(전기)만 거꾸로 띠고 있는 (+)전자가 이 우주 어딘가에 거울 쌍둥이처럼 존재해야만 수학이 성립한다!" 과학자들은 말도 안 된다며 비웃었지만, 불과 4년 뒤 우주에서 날아온 방사선 속에서 진짜로 플러스(+) 전기를 띠는 거꾸로 된 전자, 즉 **'양전자(반물질)'**가 기적처럼 튀어나와 관측되었습니다.

2. 닿는 순간 100% 증발하다 (쌍소멸)

반물질이 무서운 이유는 평소엔 얌전하다가, 자기의 짝꿍인 일반 '물질'을 만나서 살이 닿는 순간 벌어지는 충격적인 현상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E=mc² 공식에 따르면 덩어리(질량)는 땔감이고 땔감을 완벽하게 다 태우면 에너지(E) 폭발이 일어납니다. 원자폭탄조차 우라늄 덩어리의 고작 0.1%만 에너지로 바뀌고 나머지는 찌꺼기(재)로 남습니다. 하지만 반전자(+)와 일반 전자(-)가 만나 꽝 부딪히면, 찌꺼기를 단 0.0001%도 남기지 않고 덩어리가 100% 완벽하게 빛(감마선 에너지)으로 싹 다 증발해 버립니다. 이것을 **'쌍소멸(Annihilation)'**이라고 부릅니다. 질량 100%가 에너지로 바뀌는 우주 최강의 폭발입니다. 1g의 반물질이 1g의 물질(공기 중의 먼지라도)에 닿으면 히로시마 원폭의 폭발력이 나옵니다.

3. 우주의 가장 끔찍한 미스터리 (우리는 왜 살아있는가?)

여기서 물리학자들의 가장 소름 돋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138억 년 전 우주가 처음 '빅뱅'으로 빵 터져 태어났을 때, 에너지에서 덩어리(입자)들이 튀어나올 때는 법칙에 따라 반드시 '일반 물질 50 : 반물질 50'으로 정확히 1:1로 복제되어 튀어나왔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주가 태어나자마자 물질 50과 반물질 50이 서로 얼싸안고 부딪혀 100% 폭발(쌍소멸)해 버렸어야 정상이고, 지금의 우주에는 텅 빈 빛(에너지)만 날아다녀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금 이 우주와 지구에는 반물질은 단 한 톨도 안 남아있고 몽땅 '일반 물질'들만 바글바글 살아남아 우리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빅뱅 당시 아주 미세한 오류로 물질이 반물질보다 딱 '10억 분의 1'만큼 더 많이 생겨났고, 서로 다 폭발하고 남은 그 미세한 찌꺼기 1이 뭉쳐서 지금의 은하수와 지구가 되었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결론: 병원의 최첨단 암 진단기로 부활하다

이 반물질은 너무 무섭고 공기(물질)에 닿자마자 폭발해서 통에 보관할 수도 없기 때문에(자기장으로 띄워놓음), 폭탄으로 만들기에는 가성비가 최악이라 아직은 SF 소설에나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반물질은 이미 여러분의 동네 큰 병원 암 센터에서 매일 쓰이고 있습니다. 바로 **PET-C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기)**입니다. 몸속에 포도당(약물)을 주입하면 약물에서 거꾸로 된 반물질(양전자)이 톡 튀어나옵니다. 이 양전자가 튀어나와 핏속의 내 몸 세포(일반 전자)와 부딪혀 아주 미세하게 펑! 터지며 빛을 내뿜고 쌍소멸합니다. 암세포는 밥(포도당)을 엄청나게 먹어 대기 때문에 암세포 덩어리 위에서 이 양전자들이 집중적으로 터지며 번쩍번쩍 빛을 냅니다. 카메라가 이 빛을 찍어내면 몸속 어디에 암세포가 숨어있는지 완벽하게 찾아내는 원리입니다. 닿으면 폭발하는 우주의 악마(반물질)가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가장 정밀한 눈(카메라)이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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