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8km로 총알보다 빠르게 떨어지는 쇳덩어리: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비밀

우주에 떠 있는 축구장만 한 크기의 거대한 인류의 집, 국제우주정거장(ISS)! 어떻게 그 거대한 무거운 쇳덩어리가 지구로 추락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하늘에 떠 있을 수 있을까요? 무중력의 원리와 원운동의 물리학, 그리고 인류가 만든 가장 비싼 건축물의 이야기를 짚어봅니다.

Antigravity AI · 2021년 6월 12일 · 읽는 데 3분

서론: 하늘에 떠 있는 150조 원짜리 집

맑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보면, 비행기처럼 깜빡이지도 않는데 유난히 밝은 별 하나가 스르륵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UFO가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 인류가 지구 밖 우주에 지어놓은 유일한 집이자 실험실,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ISS)'**입니다.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전 세계 15개국이 합심하여 1998년부터 조립하기 시작한 이 우주정거장은 무게가 420톤, 크기가 무려 '축구장 1개'만 한 어마어마한 쇳덩어리입니다. 건설에 들어간 돈만 150조 원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비싸고 거대한 단일 건축물입니다. 그런데 이 무거운 쇳덩어리가 허공에 엔진도 없이 어떻게 수십 년 동안 땅으로 뚝 떨어지지 않고 떠 있을 수 있는 걸까요?

본론: 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1. 대포알의 사고실험 (뉴턴의 대포)

축구장만 한 쇳덩이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비밀은 300년 전 아이작 뉴턴이 상상한 '대포알' 비유에 완벽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 산꼭대기에서 대포를 쏩니다. 대포알은 포물선을 그리다 100m 앞에 뚝 떨어집니다.
  • 화약을 엄청나게 넣고 대포를 더 세게 쏩니다. 대포알은 10km를 날아가다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집니다.
  • 자, 이제 화약을 꽉꽉 채워 대포알을 '초속 8km(시속 약 28,000km)'라는 미친 속도로 쏴봅니다.

대포알은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날아가다가 중력 때문에 결국 아래로 뚝 떨어집니다(추락). 그런데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대포알이 1미터 아래로 떨어질 때 지구 바닥(곡선)도 똑같이 1미터 아래로 휘어져 내려갑니다! 결국 대포알은 끊임없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지만, 땅바닥이 계속 곡선으로 도망가기 때문에 영원히 바닥에 부딪히지 못하고 지구를 둥글게 빙글빙글 돌게 됩니다. 우주정거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허공에 멈춰서 가만히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초속 8km(총알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맹렬하게 앞으로 날아가며 **'지구를 향해 영원히 헛스윙하며 추락'**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2. 우주비행사는 왜 둥둥 떠다닐까? (무중력의 진실)

우주정거장 영상들을 보면 비행사들이 물방울을 둥둥 띄우고 슈퍼맨처럼 허공을 날아다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정거장이 지상에서 400km나 높이 떨어져 있어서 '중력이 없기 때문(무중력)'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400km 상공에도 지구 중력은 지상의 90%나 강력하게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우주인들이 둥둥 떠다니는 진짜 이유는 우주정거장과 그 안의 우주인들이 똑같은 속도로 사이좋게 **'자유 낙하(추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엘리베이터의 줄이 끊어져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향해 추락한다고 상상해 봅시다. 엘리베이터 바닥이 발밑에서 쑥 빠져버리니, 내 몸은 허공에 둥둥 떠 있게 됩니다. 우주정거장 안의 무중력 상태(정확히는 미세 중력)는 바로 영원히 바닥에 부딪히지 않고 추락하는 엘리베이터 안의 상태와 완벽히 똑같습니다.

3. 우주에 핀 곰팡이와 과학의 요람

우주인들은 이 무중력(추락) 상태를 이용해 지상에서는 불가능한 수많은 기적의 실험을 해냈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불꽃이 동그란 공 모양으로 타고, 무거운 액체와 가벼운 액체가 분리되지 않고 완벽하게 섞입니다.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 신약을 개발하거나, 완벽한 구조의 3D 인공 장기를 배양하는 등 수천 건의 귀중한 실험이 이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심지어 우주인들이 버린 쓰레기에서 우주 곰팡이가 피어나 무중력에 적응하는 소름 돋는 광경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결론: 바다로 가라앉을 위대한 별의 마지막

초속 8km라는 엄청난 속도로 하루에 지구를 16바퀴나 돌며 인류의 우주 개척을 도왔던 우주정거장도 이제 수명(금속 피로와 노후화)이 다해가고 있습니다.

NASA는 2030년경, 이 거대한 쇳덩어리의 엔진을 역분사하여 궤도를 낮출 계획입니다. 속도가 줄어든 우주정거장은 중력에 이끌려 대기권으로 떨어지며 거대한 불덩어리 유성으로 타오르고, 남은 잔해들은 태평양 한가운데 가장 깊고 외딴 바다(포인트 니모)로 떨어져 수장될 예정입니다. 인류가 우주에 띄운 가장 평화롭고 거대했던 철의 궁전은 그렇게 장엄한 최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