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으로 접어도 영원히 비율이 똑같다? A4 용지에 숨겨진 루트 2(√2)의 마법

우리가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매일 쓰는 복사 용지 'A4'. 가로 210mm, 세로 297mm라는 복잡하고 지저분한 소수점 숫자는 도대체 누가, 왜 정한 것일까요? 종이의 낭비를 완벽하게 없앤 독일 공학자의 천재적인 수학 기하학(백은비)의 비밀을 풀어봅니다.

Antigravity AI · 2023년 3월 9일 · 읽는 데 3분

서론: 210 x 297, 왜 이렇게 지저분한 숫자일까?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류 용지, 프린터 복사지의 크기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A4'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A4 용지의 크기를 자로 재보면 가로 210mm, 세로 297mm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200 x 300처럼 딱 떨어지는 둥글고 깔끔한 숫자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렇게 애매하고 외우기도 힘든 지저분한 치수를 종이의 국제 표준으로 삼은 것일까요? 여기에는 자투리 종이를 단 1밀리미터도 낭비하지 않으려는 한 독일 공학자의 치열하고 완벽한 수학적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본론: 무한히 접어도 똑같은 기하학적 기적

1. 일반적인 사각형을 반으로 접으면 생기는 비극

가로 20, 세로 30(비율 1:1.5)인 아주 깔끔한 직사각형 종이가 있다고 칩시다. 이 종이를 절반으로 뚝 접어보세요. 접힌 종이의 크기는 가로 15, 세로 20이 됩니다. 비율이 1:1.33으로 뚱뚱해집니다. 이걸 한 번 더 반으로 접으면 가로 10, 세로 15(비율 1:1.5)가 되어 다시 길쭉해집니다.

과거 제지 공장들은 커다란 전지 1장을 반으로 자르고, 또 반으로 잘라 공책과 수첩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자를 때마다 종이의 가로세로 비율이 뚱뚱해졌다 홀쭉해졌다 제멋대로 변하니, 일정한 비율을 맞추려면 테두리를 엄청나게 가위로 잘라내 버려야 했습니다. 이 엄청난 종이 쓰레기(낭비)를 없앨 수는 없을까요?

2. 독일인 오스발트의 천재적 아이디어: 루트 2 (√2)

1922년,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공학자인 발터 포르츠만(Walter Porstmann)과 발명가 빌헬름 오스발트는 종이를 무한히 반으로 접어도, 원래 종이의 가로세로 '비율'이 완벽하게 똑같이 유지되는 마법의 숫자를 수학 방정식으로 찾아냅니다.

그 정답은 바로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1 : 루트 2(√2, 약 1.414)'**가 되는 직사각형이었습니다. 만약 가로가 1이고 세로가 1.414인 종이를 반으로 딱 접으면, 새 종이는 세로가 1이 되고 가로가 0.707이 됩니다. (1 ÷ 0.707)을 해보면 놀랍게도 또 **1.414(루트 2)**가 나옵니다! 아무리 10번, 100번을 반으로 접고 잘라도 이 종이는 영원히 원래의 날씬한 비율(1:1.414)을 유지합니다. 이것을 서양에서는 황금비에 빗대어 **'백은비(Silver Ratio)'**라고 부릅니다.

3. A0에서 A4까지의 탄생

이 완벽한 루트 2의 비율을 이용해 종이 크기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 먼저 면적이 정확히 1제곱미터(1㎡)이면서 비율이 1 : 1.414인 거대한 종이 전지(엄마 종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가로 841mm, 세로 1,189mm입니다. 이 첫 번째 종이가 바로 **'A0'**입니다.
  • A0 용지를 절반으로 딱 자르면 A1이 됩니다.
  • A1을 다시 반으로 자르면 A2, 또 반으로 자르면 A3가 됩니다.
  • A3를 다시 반으로 싹둑 자른 종이! 그것이 바로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쓰는 크기, 면적이 1제곱미터의 16분의 1인 'A4 (210mm x 297mm)' 용지입니다.

결론: 가장 완벽한 자원 절약의 상징

이 'A판형' 시스템 덕분에 전 세계의 제지 공장과 인쇄소는 거대한 A0 종이 한 장을 찍어내어 재단기 작두로 절반씩 툭툭 자르기만 하면 A1부터 A4, 수첩 크기인 A5까지 단 1밀리미터의 자투리 쓰레기도 남기지 않고 모든 종이를 완벽하게 재활용하여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복사기에 집어넣는 210 x 297mm의 못생긴 숫자. 그 속에는 종이 낭비를 막아 수많은 나무를 베어지지 않게 지켜낸 루트 2(무리수)의 기하학적 기적과 독일인 특유의 치밀하고 위대한 실용주의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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