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40년 연구의 결실 저온전자현미경

단백질의 모양을 보려면 결정으로 만들어야 했다. 얼려서 그대로 보는 방법이 그 제약을 없앴다.

편집부 · 2023년 10월 20일 · 읽는 데 2분

단백질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면 어떤 모양인지 알아야 한다. 효소가 기질을 붙잡는 자리, 약물이 결합하는 자리는 모두 입체 구조에서 정해진다.

결정으로 만들어야 했다

오랫동안 주된 방법은 X선 결정학이었다. 단백질을 규칙적으로 배열된 결정으로 만든 뒤 X선을 쪼여, 흩어진 무늬에서 구조를 역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결정을 만드는 일이었다. 단백질은 결정이 되기를 싫어한다. 조건을 수천 가지 바꿔 가며 시도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고, 몇 년이 걸리기도 했다.

특히 세포막에 박혀 있는 단백질은 거의 결정이 되지 않았다. 막단백질은 약물 표적의 상당수를 차지하는데도 구조를 알기 어려웠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결정 속의 모양이 실제 상태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빽빽하게 눌려 배열된 상태이므로, 물속에서 움직이는 본래 모습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얼려서 본다

전자현미경으로 단백질을 직접 보려는 시도에는 두 가지 장벽이 있었다.

첫째, 전자현미경은 진공 상태에서 작동한다. 물이 있으면 끓어 증발한다. 그런데 단백질은 물이 없으면 구조가 무너진다.

둘째, 전자선이 단백질을 파괴한다. 선명한 상을 얻으려면 전자를 많이 쬐어야 하는데, 그러면 시료가 망가진다.

자크 뒤보셰가 첫 문제를 풀었다. 물을 아주 빠르게 냉각하면 얼음 결정이 만들어지지 않고 유리처럼 무질서한 상태로 굳는다. 이를 유리질 얼음이라 한다. 결정이 생기지 않으므로 단백질의 구조가 그대로 보존되고, 진공에서도 증발하지 않는다.

흐릿한 상을 모으다

두 번째 문제는 계산으로 풀렸다.

요아힘 프랑크는 전자를 적게 쬐어 흐릿한 상을 많이 얻은 뒤, 같은 방향에서 찍힌 것끼리 모아 평균을 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개별 상의 잡음은 무작위이므로 평균을 내면 상쇄되고 신호만 남는다.

분자는 얼음 속에서 제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있다. 여러 방향의 상을 모아 조합하면 입체 구조를 재구성할 수 있다. 리처드 헨더슨은 이 방법으로 원자 수준의 해상도를 얻을 수 있음을 보였다.

세 사람은 2017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해상도의 도약

2013년 무렵 전자 검출기의 성능이 크게 개선되면서 이 방법의 해상도가 급격히 올랐다. 이전에는 대략적인 윤곽만 보였다면, 이후에는 원자의 위치를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이 시기의 변화를 해상도 혁명이라 부르기도 한다.

결정으로 만들 필요가 없으므로 막단백질과 큰 복합체의 구조가 빠르게 밝혀졌다. 감염병 유행 시기에 바이러스 표면 단백질의 구조가 신속히 공개되어 백신 설계에 쓰인 것도 이 기술 덕분이었다.

남은 한계

작은 단백질은 여전히 어렵다. 크기가 작으면 얼음 속에서 방향을 가려내기 어려워 상을 정렬할 수 없다.

시료를 얇은 얼음막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준비 과정도 여전히 까다롭다. 장비 가격이 높아 접근성이 제한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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