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300만년 전부터 느렸던 인간의 뇌가 침팬지와 인간을 갈랐다

사람의 뇌는 천천히 자란다. 이 느림이 약점이 아니라 조건이었다는 설명이 힘을 얻고 있다.

편집부 · 2023년 1월 4일 · 읽는 데 2분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체는 대부분 같다. 그런데 뇌의 크기와 구조에는 큰 차이가 있다.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를 두고 여러 설명이 제시돼 왔다.

자라는 속도가 다르다

최근 주목받는 설명 가운데 하나는 발달 속도다.

사람의 아기는 다른 영장류에 견주어 훨씬 미숙한 상태로 태어난다. 망아지는 태어난 날 걷고, 침팬지는 몇 달이면 스스로 매달린다. 사람은 1년이 지나야 걷는다.

뇌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뇌는 태어난 뒤에도 오래 자란다. 신경세포 사이를 잇는 연결이 20대까지 다듬어진다는 관찰이 있다.

실험실에서 사람과 다른 영장류의 줄기세포를 같은 조건으로 배양해도 사람 쪽의 신경세포 성숙이 더 느리게 진행됐다는 연구가 보고됐다. 세포 수준에서 이미 속도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느린 것의 이점

미숙한 채 오래 자란다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스스로를 지키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므로 돌보는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이 방식이 유지된 이유로 학습이 거론된다. 뇌가 굳기 전에 환경에 오래 노출되면, 태어난 곳의 조건에 맞춰 회로가 만들어질 여지가 커진다. 언어가 대표적이다. 어떤 언어를 쓰는 환경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소리를 구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미리 정해진 회로를 가지고 태어나면 빠르게 적응하지만 바꾸기 어렵다. 늦게 완성되는 회로는 느리지만 유연하다.

뇌가 커지는 데 드는 비용

사람의 뇌는 몸무게의 2% 남짓인데 기초대사량의 20% 안팎을 쓴다. 유지비가 매우 비싼 기관이다.

이 비용을 감당하려면 안정적인 열량 공급이 필요하다. 조리가 여기에 기여했다는 가설이 제시돼 있다. 익힌 음식은 소화가 쉬워 같은 양에서 얻는 열량이 늘고, 씹고 소화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줄어든다.

다만 조리의 시작 시점을 정확히 특정하기 어렵고, 뇌 크기 증가와의 선후 관계도 확정되지 않았다.

유전자 차이

사람과 다른 영장류를 가르는 유전적 차이 가운데 일부가 확인됐다.

특정 유전자가 사람 계통에서 중복되어 여러 벌 생긴 사례가 보고됐고, 이 유전자가 신경세포의 증식과 관련된다는 연구가 있다. 단백질을 만들지 않고 조절에만 관여하는 구간에서 차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다만 하나의 유전자가 차이를 만든 것은 아니라는 데 대체로 견해가 모인다. 여러 변화가 겹쳐 발달의 시간표가 바뀐 결과로 본다.

단정하기 어려운 부분

화석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두개골의 크기와 대략적인 형태뿐이다. 뇌의 내부 구조나 발달 속도는 직접 확인할 수 없다.

치아의 성장선으로 성장 속도를 추정하는 방법이 쓰이지만, 뇌의 성숙 속도를 그대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300만 년 전의 발달 속도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추정의 영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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