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2008년의 노벨 화학상

해파리에서 발견된 형광 단백질은 생물학의 관찰 방법을 바꿨다. 보이지 않던 분자의 움직임이 보이게 됐다.

편집부 · 2023년 11월 18일 · 읽는 데 2분

2008년 노벨 화학상은 녹색 형광 단백질의 발견과 응용에 주어졌다. 시모무라 오사무, 마틴 챌피, 로저 첸이 함께 받았다.

해파리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시모무라는 빛을 내는 해파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수만 마리를 모아 추출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단백질을 얻었다.

하나는 칼슘과 만나면 푸른빛을 내는 단백질이었다. 다른 하나는 그 푸른빛을 받아 녹색으로 바꿔 내보내는 단백질이었다. 후자가 녹색 형광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의 특별한 점은 스스로 빛난다는 것이다. 다른 발광 물질은 대개 효소와 기질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이 단백질은 자기 안에서 형광을 내는 구조를 스스로 만든다. 자외선을 쬐면 녹색으로 빛난다.

꼬리표로 쓰다

챌피는 이 성질을 다르게 보았다. 빛나는 단백질 자체가 아니라, 다른 단백질에 붙이는 표지로 쓸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어떤 단백질의 유전자 옆에 형광 단백질의 유전자를 이어 붙이면, 세포는 둘이 붙은 형태로 만들어낸다. 그 단백질이 세포 안 어디로 가는지, 언제 만들어지는지를 빛으로 추적할 수 있다.

그는 이 방법이 선충에서 작동함을 보였다. 해파리의 유전자가 전혀 다른 생물에서도 그대로 기능한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색을 늘리다

첸은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바꿔 가며 색과 밝기를 조절했다. 청색, 노란색, 붉은색 계열이 만들어졌다.

색이 여러 개가 되자 한 세포에서 여러 대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신경세포마다 다른 색을 입혀 얽힌 회로를 구분하는 방법도 나왔다.

색뿐 아니라 조건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변형도 만들어졌다. 칼슘 농도에 따라 밝아지는 종류는 신경세포가 신호를 낼 때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살아 있는 동물의 뇌에서 어느 세포가 언제 활동하는지 직접 보는 것이 가능해졌다.

왜 중요했나

이전까지 세포 안의 단백질을 보려면 세포를 고정하고 염색해야 했다. 그 순간의 정지된 모습만 얻을 수 있었다.

형광 단백질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관찰을 가능하게 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염색체가 나뉘는 모습, 바이러스가 세포에 들어가는 경로, 배아에서 세포가 이동하는 경로가 영상으로 기록됐다.

한계

형광 단백질에도 제약이 있다. 크기가 작지 않아 붙인 단백질의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빛을 오래 쬐면 형광이 사라지기도 한다.

조직 깊은 곳을 보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가시광선은 조직을 잘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조직 투과성이 나은 파장대에서 작동하는 형광 단백질을 찾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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