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129억년 전을 들여다보는 망원경

먼 곳을 본다는 것은 과거를 본다는 뜻이다. 적외선 관측이 초기 우주를 여는 열쇠가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부 · 2025년 5월 9일 · 읽는 데 2분

빛의 속도는 유한하다. 129억 광년 떨어진 천체를 본다는 것은 129억 년 전 그곳을 떠난 빛을 지금 받는다는 뜻이다. 먼 곳을 보는 망원경은 곧 시간을 거슬러 보는 장치다.

빛이 늘어난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빛이 오는 동안 공간 자체가 늘어나므로, 빛의 파장도 함께 늘어난다. 늘어난 파장은 붉은 쪽으로 치우친다. 이를 적색편이라 한다.

초기 우주의 별이 낸 빛은 원래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이었다. 그 빛이 수십억 년을 오는 동안 늘어나 지금은 적외선이 되어 도착한다. 초기 우주를 보려면 적외선을 관측해야 하는 이유다.

지구에서는 어렵다

적외선 관측에는 두 가지 방해물이 있다.

하나는 대기다. 대기 중의 수증기가 적외선의 상당 부분을 흡수한다. 높은 산 위의 건조한 곳에 천문대를 짓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다.

다른 하나는 열이다. 적외선은 열복사이기도 하다. 상온의 물체는 모두 적외선을 낸다. 망원경 자체가 내는 적외선이 관측하려는 신호를 덮어 버린다. 그래서 적외선 망원경은 극저온으로 냉각해야 한다.

우주에 올린 적외선 망원경이 태양과 지구, 달의 빛을 함께 가리는 큰 차폐막을 쓰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거울을 나누는 이유

망원경의 성능은 대체로 거울의 지름에 달려 있다. 지름이 클수록 많은 빛을 모으고 세밀한 구분이 가능하다.

그런데 큰 거울은 로켓에 실을 수 없다. 그래서 여러 조각으로 나눈 거울을 접어서 올린 뒤, 궤도에서 펼치는 방식이 쓰인다. 조각들은 나노미터 수준으로 정밀하게 정렬돼야 하나의 거울처럼 작동한다.

무엇을 확인했나

초기 우주 관측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되는 것은,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이미 상당한 규모의 은하가 존재했다는 점이다.

밝기를 별의 질량으로 환산하면 표준 모형이 그 시기에 허용하는 양을 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초기의 별이 유난히 밝았을 가능성, 중심의 블랙홀이 내는 빛이 섞였을 가능성, 물질이 뭉치는 속도에 대한 계산을 고쳐야 할 가능성이 함께 검토되고 있다.

결론을 내리려면 빛을 색깔별로 쪼개는 분광 관측이 필요하다. 밝기만으로는 별빛인지 블랙홀 주변의 빛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볼 수 없는 구간

망원경으로 거슬러 볼 수 있는 시점에는 한계가 있다. 우주가 태어나고 약 38만 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전자와 원자핵이 따로 떠돌아 빛이 곧게 나아가지 못했다. 안개 속처럼 빛이 계속 산란됐다.

그 시기의 빛은 어떤 망원경으로도 볼 수 없다. 우주배경복사는 안개가 걷힌 바로 그 순간의 빛이며, 전자기파로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장면이다. 그 이전을 보려면 중력파처럼 다른 신호를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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