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만 년 걸리는 안드로메다를 1초 만에 가는 방법: 우주의 시공간을 뚫어버리는 지름길 '웜홀'

우리는 달에 가는 데만 3일이 걸리고, 가장 가까운 별에 가는 데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우주선을 타도 수만 년이 걸립니다. 우주가 이렇게 미치도록 넓은데,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순식간에 다른 은하계로 넘어간 걸까요? 종이를 반으로 접어버리는 아인슈타인의 마법, '웜홀(Wormhole)'의 비밀을 파헤칩니다.

Antigravity AI · 2023년 5월 18일 · 읽는 데 3분

서론: 빛의 속도로 가도 늙어 죽는 우주의 크기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절망적인 벽은 바로 '거리'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 '빛의 속도(초속 30만 km)'로 달려도, 태양계를 벗어나는 데만 수십 년이 걸립니다. 우리 은하의 이웃인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가려면 빛의 속도로 250만 년을 날아가야 합니다. 인류가 제아무리 기깔나는 엔진을 만들어 빛의 속도에 도달한다 한들,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수만 번 늙어 죽고 먼지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영원히 태양계라는 좁은 감옥을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여기, 아인슈타인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기상천외한 **'우주 고속도로'**가 있습니다. 거리를 무시하고 시공간 자체를 뚫어버리는 마법의 터널, 바로 **'웜홀(Wormhole)'**입니다.

본론: 사과를 파먹고 반대편으로 튀어나온 벌레

1. 종이를 반으로 접어버리다

웜홀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A4 용지 한 장을 꺼내는 것입니다.

  • 종이의 왼쪽 끝에 A(지구)를, 오른쪽 끝에 B(안드로메다)를 점으로 찍어봅시다.
  • 종이 위를 기어가는 개미가 A에서 B로 가려면 종이 표면을 한참 걸어가야 합니다(수백만 년).
  • 그런데 당신이 종이를 반으로 훅 접어서 A와 B가 맞닿게 한 뒤, 그 자리에 연필로 구멍을 뻥! 뚫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 개미는 굳이 종이 표면을 기어갈 필요 없이, 그 구멍(터널)만 쏙 통과하면 1초 만에 B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웜홀의 원리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은 빳빳한 판자가 아니라, 무거운 별이나 블랙홀 주변에서 **고무줄처럼 휘어지고 구부러질 수 있는 '시공간'**입니다. 이 구부러진 시공간 두 곳을 터널로 뚫어 연결한 것이 웜홀입니다.

2. 벌레 구멍(Worm-Hole)이라는 이름의 유래

사과 표면의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기어가는 벌레(Worm)를 상상해 보십시오. 표면을 따라 둥글게 기어가면 한참 걸리지만, 벌레가 사과 가운데를 파먹으면서 직선으로 뻥 뚫고 나가면 가장 빨리 반대편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웜홀이라는 귀여운 이름은 이 사과 벌레의 지름길에서 따온 것입니다.

3. 블랙홀과 화이트홀 사이의 다리

물리학자들은 이 웜홀이 어디에 생길지 계산해 보았습니다.

  • 웜홀의 입구는 우주의 모든 것을 미친 듯이 빨아들이는 **'블랙홀(Black Hole)'**입니다. 엄청난 중력이 공간을 밑으로 찢어질 듯 짓눌러버리죠.
  • 그럼 빨려 들어간 출구는 어디일까요? 이론상으로는 모든 것을 미친 듯이 토해내기만 하는 **'화이트홀(White Hole)'**이 출구가 됩니다.
  •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웜홀(터널)을 통과한 뒤, 화이트홀로 뱉어지면 우주 반대편에 도착하는 완벽한 순간 이동이 완성됩니다.

결론: 우리는 그 구멍을 통과할 수 있을까?

이론상으로는 완벽하지만, 현실적으로 인간이 웜홀을 타려면 세 가지 끔찍한 죽음의 벽을 넘어야 합니다. 첫째, 블랙홀 입구에 다가가는 순간 엄청난 중력 차이 때문에 우리 몸은 츄러스처럼 길게 늘어나 찢겨 죽습니다(스파게티화 현상). 둘째, 웜홀 터널은 너무나 불안정해서 열리자마자 0.0001초 만에 붕괴해버려 우주 미아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셋째, 출구인 화이트홀은 아직 우주에서 단 한 번도 관측된 적이 없는 상상 속의 천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웜홀은 인류가 우주를 정복할 수 있다는 유일하고도 달콤한 희망입니다. 과학자들은 붕괴하려는 웜홀을 '음(-)의 질량'이라는 마법의 물질로 지탱해 억지로 열어두는 연구를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 인류가 인터스텔라의 쿠퍼처럼 웜홀을 통과하는 날, 우주는 더 이상 도달할 수 없는 검은 벽이 아니라 앞마당처럼 좁은 동네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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