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가위 trim away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단백질만 없애는 방법이 있다. 세포가 원래 쓰던 분해 경로를 이용한다.
편집부 · 2022년 1월 14일 · 읽는 데 2분
어떤 단백질의 기능을 알아보려면 그것을 없애고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본다. 기존 방법에는 각각 한계가 있었다.
기존 방법의 한계
유전자를 망가뜨리는 방법은 근본적이지만 느리다. 유전자를 편집해도 이미 만들어진 단백질은 남아 있다. 그것이 분해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명이 긴 단백질은 며칠이 걸린다.
또 유전자가 발생 초기부터 없으면 세포가 다른 방식으로 적응해 버린다. 그 단백질이 원래 하던 일을 알아내기 어려워진다.
RNA를 억제하는 방법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을 막을 뿐, 이미 있는 것에는 작용하지 않는다.
표시를 붙여 버리게 한다
세포에는 필요 없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체계가 있다. 유비퀴틴이라는 작은 단백질을 여러 개 붙여 표시하면, 프로테아솜이라는 분해 장치가 그것을 잡아 잘게 부순다.
이 체계를 원하는 단백질에 겨누는 방법이 개발됐다.
한 가지 방식은 특정 항체를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이다. 세포질에는 항체에 결합하는 단백질이 있고, 이 단백질은 유비퀴틴을 붙이는 효소 역할도 한다. 항체가 표적에 붙으면 그 복합체 전체가 분해 대상으로 표시된다.
이 방법을 쓰면 이미 만들어진 단백질을 몇 시간 안에 없앨 수 있다.
약물로 잇다
비슷한 원리를 약물로 구현하는 방향도 활발하다.
한쪽 끝은 표적 단백질에, 다른 쪽 끝은 유비퀴틴을 붙이는 효소에 결합하는 분자를 만든다. 이 분자가 둘을 가까이 붙여 놓으면 효소가 표적에 표시를 붙인다.
이 방식의 특징은 분자가 소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표적이 분해되면 분자는 떨어져 나와 다음 표적에 쓰인다. 적은 양으로도 작동한다.
기존 약물은 대부분 단백질의 기능 부위에 결합해 작동을 막는 방식이었다. 결합할 만한 홈이 없는 단백질에는 쓸 수 없었다. 분해를 유도하는 방식은 어디든 붙잡을 수 있으면 되므로, 약으로 다루기 어렵던 표적에 접근할 여지가 생겼다.
확인해야 할 것
표적만 없어졌는지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 다른 단백질이 함께 줄어들면 관찰된 변화가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세포 안 단백질을 전체적으로 측정해 표적만 줄었는지 확인하는 검증이 함께 이루어진다.
분해된 뒤 세포가 보상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 비슷한 기능의 다른 단백질이 늘어나면 표현형이 가려진다.
현재 단계
연구용 도구로는 여러 실험실에서 쓰이고 있다.
치료제로서는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후보들이 있다. 특정 호르몬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물질이 비교적 앞서 있다.
과제도 남아 있다. 분자의 크기가 일반적인 약물보다 커서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어렵고, 먹는 약으로 만들기 까다롭다. 내성이 어떻게 생기는지도 아직 충분히 파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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