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내 머릿속 매트릭스

뇌는 바깥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측하고, 그 예측을 감각으로 수정한다.

편집부 · 2022년 7월 28일 · 읽는 데 2분

우리가 보는 것은 눈에 들어온 빛 그 자체가 아니다. 뇌가 만들어낸 해석이다.

눈은 좋은 카메라가 아니다

망막에는 시신경이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다. 그 자리에는 빛을 받는 세포가 없다. 시야에 구멍이 있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구멍을 느끼지 못한다. 뇌가 주변 정보로 메우기 때문이다.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도 좁다. 망막에서 해상도가 높은 부분은 가운데 아주 작은 영역뿐이다. 나머지는 흐릿하다. 우리가 시야 전체를 선명하게 느끼는 것은, 눈이 빠르게 움직이며 여기저기를 훑고 뇌가 그 결과를 이어 붙이기 때문이다.

눈이 움직이는 순간에는 상이 흐려진다. 그 동안의 시각 정보는 억제된다. 거울을 보며 한쪽 눈에서 다른 쪽 눈으로 시선을 옮겨도 자신의 눈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이유다.

예측이 먼저다

지각을 설명하는 틀 가운데 하나는 예측 처리다.

뇌는 다음에 들어올 감각 신호를 미리 예상한다. 실제 신호가 오면 예상과 비교해 차이만 위로 올려 보낸다. 예상이 맞으면 처리할 것이 거의 없다.

이 구조는 효율적이다. 매번 모든 정보를 처음부터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예상이 강하면 실제 신호가 약해도 그렇게 지각한다.

착시의 상당수가 이 구조로 설명된다. 같은 밝기의 회색이 주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현상은, 뇌가 조명 조건을 추정해 보정하기 때문이다. 이 보정은 대부분의 실제 상황에서 옳게 작동한다.

감각은 서로 섞인다

감각은 독립적으로 처리되지 않는다.

입 모양과 다른 소리를 함께 제시하면 실제와 다른 소리로 들리는 현상이 알려져 있다. 시각 정보가 청각 지각을 바꾸는 것이다.

식품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있다. 색을 바꾼 음료의 맛을 다르게 평가하는 경향이 보고됐다. 냄새를 맡지 못하면 맛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간도 만들어진다

뇌에 들어오는 신호는 종류마다 도착 시간이 다르다. 소리와 빛의 전달 속도가 다르고, 신경을 타고 오는 시간도 다르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체로 동시에 일어난 일을 동시에 느낀다. 뇌가 일정 범위 안의 신호를 하나의 사건으로 묶어 정리하기 때문이다.

이 정리에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의식하는 현재는 실제보다 조금 뒤라는 뜻이 된다. 이 지연이 얼마나 되는지, 의식이 어느 시점에 성립하는지는 논쟁이 이어지는 주제다.

어디까지 말할 수 있나

뇌가 세계를 구성한다는 설명이 세계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감각 신호가 없으면 구성도 없다.

분명한 것은 지각이 수동적인 수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고하는 일, 기대에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 일은 이 구조에서 나온다. 관찰 기록을 다룰 때 여러 사람의 독립적인 확인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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