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모래로 만들어진 외계인이 존재할까? '규소(실리콘) 기반 생명체'의 상상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탄소(C)'를 뼈대로 삼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머나먼 외계 행성에는 돌멩이나 유리의 성분인 '규소(Si, 실리콘)'를 뼈대로 삼아 용암 속을 헤엄치는 기괴한 외계인이 살고 있지 않을까요? 과학자들의 놀라운 우주 생물학적 상상력을 해부합니다.
Antigravity AI · 2022년 9월 15일 · 읽는 데 3분
서론: 우리는 모두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
지구상에 있는 당신과 나, 옆집 강아지, 베란다의 화분, 심지어 보이지 않는 대장균까지 모든 생명체는 뼛속 깊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생명을 이루는 몸통의 가장 핵심적인 뼈대가 **'탄소(Carbon, C)'**라는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밥(탄수화물), 고기(단백질), 지방 모두 탄소가 뼈대입니다.
왜 하필 탄소일까요? 우주에는 원소가 100개가 넘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탄소가 화학적으로 '가장 발이 넓은 핵인싸'이기 때문입니다. 탄소는 양옆으로 무려 4개의 팔(화학 결합선)을 길게 뻗어 수소, 산소 등 다른 원소들과 자유자재로 찰싹찰싹 들러붙어 엄청나게 복잡하고 거대한 DNA나 단백질 블록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학자들과 SF 소설가들은 주기율표를 쳐다보다가 아주 발칙하고 기발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잠깐, 탄소 바로 밑에 있는 '규소(Silicon, Si)'라는 녀석도 팔이 4개잖아? 그럼 지구 밖 우주 어딘가에는 탄소 대신 규소를 뼈대로 삼아 살아가는 외계 생명체가 있지 않을까?"
본론: 유리 껍질을 덮고 용암을 마시는 외계인
1. 규소(실리콘)란 무엇인가?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모래밭의 모래알, 단단한 바위, 창문의 투명한 유리, 그리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칩이 모두 이 '규소(실리콘)' 덩어리입니다. 이 딱딱한 광물이 생명체의 뼈대가 된다면, 그 외계인은 겉모습이 마치 반짝이는 크리스털이나 단단한 돌멩이 괴물처럼 생겼을 것입니다. (실제로 스타트렉 같은 SF 영화에 종종 돌덩이 외계인으로 등장합니다.)
2. 규소 생명체의 엄청난 장점: 불타지 않는다
지구의 탄소 생명체(인간)는 섭씨 100도만 넘어가면 몸속의 단백질이 계란 프라이처럼 다 익어버리고, 더 뜨거워지면 숯덩이로 타버립니다. 탄소의 결합은 열에 몹시 약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규소(돌멩이)는 다릅니다. 규소는 수백 도, 수천 도의 엄청난 불지옥에서도 끄떡없이 녹지 않고 버팁니다. 만약 펄펄 끓는 용암 행성이나, 태양에 너무 가까워 물이 몽땅 말라버린 금성 같은 지옥 행성에 외계인이 산다면, 그들은 십중팔구 더위에 타죽지 않는 '규소 생명체'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들은 물 대신 펄펄 끓는 액체 유황이나 쇳물을 피처럼 마시며 살아갈 것입니다.
3. 치명적인 단점: 숨을 쉴 때 '돌멩이'를 뱉어야 한다
하지만 우주 생물학자들은 현실적으로 규소 생명체가 존재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읍니다. 치명적인 화학적 단점 때문입니다. 우리(탄소 생명체)는 숨을 쉴 때 산소(O)를 마시고 탄소(C)와 결합해 **이산화탄소(CO2)**라는 가벼운 가스를 코로 후- 하고 뱉어냅니다.
그런데 규소(Si) 생명체가 숨을 쉬면 어떻게 될까요? 규소가 산소와 결합하면 '이산화규소(SiO2)'가 됩니다. 이산화규소는 기체가 아니라 단단한 고체, 즉 '모래나 유리' 덩어리입니다! 다시 말해 규소 외계인이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코나 입에서 투명한 유리구슬이나 모래 알갱이가 쿨럭쿨럭 하고 고체 덩어리로 떨어져 나와야 합니다. 호흡의 찌꺼기를 몸 밖으로 배출하기가 끔찍하게 어렵기 때문에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규소는 탄소처럼 유연하지 않아 물속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려 복잡한 DNA 끈을 만들지 못합니다.
결론: 우주의 다양성을 상상하는 즐거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이 '탄소 중심주의(지구 중심주의)'의 오만함을 버리려 노력합니다. 우리가 아는 생명의 조건(물과 탄소)은 지구라는 아주 특수한 환경에서만 운 좋게 작동한 기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수천 광년 떨어진 어느 펄펄 끓는 화산 행성의 깊은 용암 바닷속에서, 모래를 먹고 크리스털 눈물을 흘리는 단단하고 거대한 규소 외계인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 어딘가에 물렁물렁한 물과 탄소로 이루어진 징그러운 외계인이 살고 있지 않을까?"라고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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