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과학자가 매운맛을 좋아하는 이유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몸이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는 자극을 사람이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집부 · 2025년 9월 7일 · 읽는 데 2분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은 혀의 미각 수용체가 감지한다. 매운맛은 여기에 들어가지 않는다.

뜨거움을 감지하는 수용체

고추의 매운 성분은 캡사이신이다. 이 물질은 TRPV1이라는 수용체에 결합한다.

이 수용체는 원래 온도를 감지한다. 약 43도를 넘는 열에 반응해 신호를 보낸다. 통증으로 느껴지는 뜨거움이다.

캡사이신은 이 수용체를 열 없이 열어 버린다. 뇌는 입안이 타고 있다는 신호를 받는다. 실제 온도는 오르지 않았는데도 뜨겁다고 느끼는 것이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땀이 나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몸이 실제로 열을 식히려 하기 때문이다.

박하의 멘톨은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차가움을 감지하는 수용체를 여는 물질이라, 온도가 낮지 않아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물로 헹궈지지 않는 이유

캡사이신은 기름에 녹고 물에는 잘 녹지 않는다. 물을 마시면 잠시 식는 느낌이 있을 뿐 성분이 씻겨 나가지 않는다.

우유가 효과적인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지방 성분이 캡사이신을 녹여 내고, 우유 단백질인 카세인이 캡사이신을 감싸 수용체에서 떼어내는 작용을 한다.

왜 즐기는가

통증 신호를 굳이 찾는 행동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이 제시됐다.

하나는 위험이 없는 자극이라는 점이다. 몸은 위협 신호를 받지만 실제 손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심리학자 폴 로진은 이를 양성 피학증이라 불렀다. 놀이기구나 공포영화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구조로 본다.

다른 하나는 통증에 대한 몸의 반응이다. 통증 신호가 들어오면 이를 누그러뜨리는 물질이 분비된다. 자극이 지나간 뒤에도 이 물질이 남아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가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매운 음식 섭취에서 이 효과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학습의 영향도 크다. 매운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같은 자극을 덜 강하게 느낀다. 반복 노출되면 수용체의 민감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고추는 왜 매운가

식물이 캡사이신을 만드는 이유에 대한 유력한 설명은 씨앗을 퍼뜨리는 방식과 관련된다.

포유류는 TRPV1 수용체가 캡사이신에 반응하지만 새는 반응하지 않는다. 그리고 포유류는 이빨로 씨앗을 부수는 반면, 새는 씨앗을 그대로 삼켜 멀리 옮긴 뒤 배출한다.

매운 성분이 포유류만 쫓아내고 새는 쫓아내지 않는다는 점이 이 가설의 근거다. 곰팡이 감염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함께 제시된다.

몸에 해로운가

적당한 섭취가 위궤양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 다만 이미 식도나 위에 염증이 있는 경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매운 제품을 한꺼번에 먹는 행위에서 문제가 보고된 사례가 있다. 통증과 구토, 혈관 수축 관련 증상이 포함된다. 일상적인 섭취와 극단적인 섭취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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