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종교다
과학과 종교는 같은 질문에 답하는가. 두 영역의 관계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몇 가지 입장을 정리했다.
편집부 · 2024년 12월 12일 · 읽는 데 2분
과학과 종교의 관계는 오래된 논쟁거리다. 대립한다는 견해와 영역이 다르다는 견해, 서로 보완한다는 견해가 함께 제시돼 왔다.
과학이 답하는 질문의 범위
과학은 관찰과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를 다룬다. 어떤 주장이 과학의 영역에 들어오려면 틀릴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이 성질을 반증 가능성이라 불렀다. 어떤 관찰 결과가 나오면 이 주장이 틀린 것이 되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설명할 수 있는 주장은 강한 것이 아니라 시험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과학이 다룰 수 없는 물음이 남는다. 무엇이 옳은 행동인지, 삶에 의미가 있는지 같은 물음은 관찰로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
영역이 다르다는 입장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겹치지 않는 영역을 다룬다고 주장했다. 과학은 자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종교는 의미와 가치를 다룬다는 구분이다.
이 입장은 불필요한 충돌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실제로는 영역이 겹치는 경우가 있다는 반론이 따른다. 세계의 나이나 생물의 기원처럼 양쪽이 모두 주장을 내놓는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학도 믿음에 기대는가
과학이 종교와 다르지 않다는 주장에서 흔히 제시되는 근거는, 과학도 검증할 수 없는 전제 위에 서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은 몇 가지를 전제한다. 자연에 규칙성이 있다는 것, 어제 성립한 법칙이 오늘도 성립한다는 것, 관찰이 실재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 준다는 것이다. 이 전제들은 과학의 방법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다만 차이도 분명하다. 과학에서는 어떤 주장이 관찰과 어긋나면 주장을 고친다. 뉴턴의 역학은 여러 세기 동안 성공적이었지만, 맞지 않는 관측이 쌓이자 적용 범위가 다시 규정됐다. 주장을 유지하기 위해 관찰을 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방법상의 특징이다.
역사적 사례를 읽는 방식
과학과 종교가 충돌한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사건들이 있다. 다만 과학사 연구에서는 이 사건들이 단순한 대립 구도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됐다.
관련된 재판과 논쟁에는 당시의 정치적 사정, 개인 간의 관계, 학문 내부의 경쟁이 함께 얽혀 있었다. 과학 대 종교라는 틀로만 보면 실제로 일어난 일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 최근 연구의 대체적인 견해다.
정리되지 않는 지점
과학이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계속 움직여 왔다. 한때 다룰 수 없다고 여겨진 물음이 방법이 발전하면서 다뤄지기도 했다. 의식이나 도덕 판단의 신경학적 기반에 대한 연구가 그런 예다.
그러나 어떤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는 일과,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일은 여전히 다른 층위에 있다. 두 물음을 구분하는 것이 논쟁을 정리하는 출발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