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생명

공기를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하다

공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로 바꾸는 기술이 없었다면 지금의 인구는 유지되지 않았다. 같은 기술이 폭약의 원료도 공급했다.

편집부 · 2024년 5월 31일 · 읽는 데 2분

대기의 78%는 질소다. 그런데 이 질소를 생물은 그대로 쓰지 못한다. 질소 분자는 원자 둘이 삼중결합으로 단단히 묶여 있어 좀처럼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물이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을 질소 고정이라 한다.

원래는 미생물의 일이었다

자연에서 질소 고정은 주로 특정 세균이 담당한다. 콩과 식물의 뿌리혹에 사는 세균이 대표적이다. 번개도 일부 기여한다. 방전의 높은 에너지가 질소 분자를 쪼갠다.

이렇게 공급되는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농업 생산량은 오랫동안 토양에 남은 질소의 양에 묶여 있었다. 19세기 유럽은 남미에서 조분석을 실어 와 이 한계를 메웠고, 자원 확보를 둘러싼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19세기 말 한 화학자는 인구 증가 속도를 고려할 때 식량 생산이 한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며, 질소를 공기에서 얻는 방법을 찾는 것이 화학자의 과제라고 말했다.

고온 고압에서 억지로 결합시키다

프리츠 하버가 1909년 실험실 규모에서 방법을 찾았다. 질소와 수소를 약 500도, 200기압 조건에서 촉매와 함께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얻는 방식이었다.

조건이 까다로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낮은 온도일수록 암모니아가 많이 생기는 쪽으로 평형이 기울지만, 반응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진다. 온도를 올리면 빨라지는 대신 생성량이 줄어든다. 압력을 높이면 생성 쪽으로 평형이 이동한다. 실제 조업 조건은 이 상충하는 요구 사이에서 정해진 타협점이다.

카를 보슈가 이를 공장 규모로 키웠다. 당시 기술로는 견디기 어려운 압력을 다뤄야 했고, 반응 용기의 강재가 수소에 침식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따 하버-보슈법이라 부른다.

인구를 떠받친 기술

이 공정으로 만들어진 암모니아는 대부분 비료가 됐다. 현재 인류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질소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 공정을 거쳤다는 추정이 널리 인용된다.

다만 대가가 있다. 이 공정은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1~2%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소를 천연가스에서 얻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도 함께 나온다.

비료의 과다 사용은 다른 문제도 낳았다. 쓰이지 않은 질소가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조류를 과다 번식시키고, 그 결과 물속 산소가 고갈되는 구역이 생긴다.

같은 기술의 다른 쓰임

암모니아는 질산으로 바뀌고, 질산은 폭약의 원료가 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해상 봉쇄로 조분석 수입이 끊긴 뒤에도 전쟁을 이어갈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 공정이 지목된다.

하버는 전쟁 중 독가스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을 때 반대가 있었던 이유다. 그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1933년 독일을 떠나야 했고 이듬해 망명지에서 사망했다.

지금의 과제

현재 연구의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수소를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얻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상온에 가까운 조건에서 질소를 고정하는 촉매를 찾는 것이다.

뿌리혹 세균은 상온에서 이 일을 해낸다. 그 효소의 작동 방식을 본뜨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산업 규모에서 쓸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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