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제일 쉬웠어요 월가를 점령한 물리학자들
1980년대 이후 물리학 박사들이 금융회사로 옮겨 갔다. 시장을 입자의 무작위 운동처럼 다루는 방식이 그들과 함께 들어왔다.
편집부 · 2022년 1월 23일 · 읽는 데 2분
월가에서 일하는 물리학 박사를 퀀트라 부른다. 물리학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금융으로 옮겨 간 흐름은 1980년대에 뚜렷해졌다. 학계의 일자리는 한정돼 있었고, 금융회사에는 복잡한 계산을 다룰 사람이 필요했다.
주가와 꽃가루
물리학과 금융을 잇는 개념은 브라운 운동이다. 물 위에 뜬 꽃가루가 불규칙하게 떨리는 현상으로, 물 분자가 사방에서 부딪히기 때문에 일어난다. 아인슈타인이 1905년 이 현상을 수학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비슷한 수학은 그보다 5년 앞서 다른 곳에서 나왔다. 루이 바슐리에는 1900년 박사 논문에서 주가의 움직임을 무작위 걷기로 다뤘다. 다음 순간 오를지 내릴지는 알 수 없고, 변동 폭만 통계적으로 다룰 수 있다는 접근이었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이 논문이 재발견된 것은 반세기 뒤였다.
옵션 가격을 계산하다
금융에 수학이 본격적으로 들어온 계기는 옵션이었다. 옵션은 특정 가격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이 권리에 얼마를 매겨야 하는지가 오랜 문제였다.
1973년 발표된 블랙-숄즈 방정식이 답을 제시했다. 이 식의 형태는 물리학의 열 확산 방정식과 같다. 변수의 이름만 온도에서 가격으로 바뀐 셈이다.
핵심 발상은 위험을 없애는 조합을 만드는 것이었다. 옵션과 기초 자산을 적절한 비율로 함께 보유하면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손익이 상쇄된다. 위험이 없는 조합의 수익률은 안전자산의 이자율과 같아야 한다. 이 조건에서 옵션의 가격이 하나로 정해진다.
가정이 무너질 때
이 모형은 몇 가지를 가정한다. 가격 변동이 정규분포를 따르고, 변동성이 일정하며, 언제든 원하는 만큼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은 다르다. 시장에서는 정규분포가 예측하는 것보다 큰 폭의 변동이 훨씬 자주 일어난다. 분포의 꼬리가 두껍다고 표현한다. 정규분포로 계산하면 수만 년에 한 번 일어날 사건이 몇 년에 한 번씩 벌어진다.
1998년 한 헤지펀드의 붕괴가 이를 드러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참여한 이 펀드는 정교한 모형으로 운용됐지만, 모형이 가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너졌다.
물리학과 다른 점
물리학자들이 금융에서 부딪힌 벽은 계산의 어려움이 아니었다.
전자는 자신에 대한 이론을 읽지 않는다. 시장 참여자는 읽는다. 어떤 전략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 사람들이 따라 하고, 그 순간 효과가 사라진다. 관찰이 대상을 바꾸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실험의 부재다. 물리학에서는 조건을 바꿔 가며 같은 실험을 되풀이할 수 있다. 시장은 한 번만 일어난다. 2008년을 조건을 달리해 다시 돌려볼 수 없다.
남은 것
금융시장을 물리학의 방법으로 다루려는 흐름은 경제물리학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별 가격을 맞히는 대신, 변동이 어떻게 퍼지고 충격이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다룬다.
시장 전체를 예측하는 방정식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다만 위험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도구로서는 유용성이 인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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