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지구과학

강대원 박사

오늘날 모든 전자기기 안에는 같은 구조의 소자가 수십억 개씩 들어 있다. 그 구조를 처음 만든 사람은 한국에서 태어난 물리학자였다.

편집부 · 2024년 9월 8일 · 읽는 데 2분

스마트폰 하나에 들어 있는 트랜지스터는 백억 개를 넘는다. 이들 거의 전부가 같은 구조를 따른다. 금속-산화막-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줄여서 모스펫이라 부르는 구조다.

이 소자는 1959년 벨 연구소에서 처음 동작이 확인됐다. 만든 사람은 강대원과 마틴 아탈라였다.

전기로 전기를 조절한다

트랜지스터가 하는 일은 단순하다. 한쪽에 건 전압으로 다른 쪽에 흐르는 전류를 여닫는다. 수도꼭지에 비유하면, 손잡이를 돌리는 대신 전기 신호로 물길을 여닫는 셈이다.

모스펫에서 이 손잡이 역할을 하는 부분을 게이트라 한다. 게이트는 얇은 산화막으로 아래의 반도체와 분리돼 있다. 전류가 게이트로 흐르지 않고, 전기장만 반도체에 영향을 준다. 이 점이 중요하다. 신호를 주는 데 전류가 거의 들지 않으므로 전력 소모가 작다.

산화막이 열쇠였다

전계효과로 전류를 조절한다는 발상 자체는 1920년대에 이미 특허로 등록돼 있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실제로 동작하지 않았다.

원인은 반도체 표면이었다. 결정이 끊기는 표면에는 전자를 붙잡는 자리가 무수히 많아서, 바깥에서 전기장을 걸어도 표면에 붙잡힌 전자들이 이를 가려 버렸다. 안쪽까지 영향이 닿지 않은 것이다.

아탈라는 실리콘을 고온에서 산화시켜 그 위에 이산화규소 막을 기르면 표면의 붙잡는 자리가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밝혔다. 강대원은 이 산화막을 절연층으로 삼아 실제로 동작하는 소자를 구성했다. 실리콘이 자기 자신을 산화시켜 만든 막이 그대로 절연체가 된다는 점은 다른 반도체 물질에는 없는 이점이었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처음 만들어진 모스펫은 느렸다. 그때 널리 쓰이던 접합형 트랜지스터에 견주면 성능이 떨어졌고, 벨 연구소 내부에서도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평가가 뒤집힌 것은 집적회로 시대가 열리면서다. 모스펫은 구조가 단순해 좁은 면적에 많이 넣을 수 있었고, 크기를 줄일수록 성능이 좋아지는 성질이 있었다. 하나의 칩에 소자를 얼마나 촘촘히 넣느냐가 경쟁의 축이 되자, 이 특성이 결정적인 장점이 됐다.

남은 기록

강대원은 이후 부유 게이트 구조를 함께 고안했다. 전하를 가둬 두어 전원을 꺼도 정보가 남게 하는 방식으로, 오늘날 플래시 메모리의 바탕이 됐다.

그는 1992년 세상을 떠났다. 2009년 미국 발명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올랐다. 반도체 산업 전체가 그가 만든 구조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비하면, 이름이 알려진 정도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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