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현실에 없는 감각이 느껴진다면
실제로 없는 냄새를 맡거나 소리를 듣는 일은 정신질환의 신호로만 여겨져 왔다. 최근 연구는 이런 감각이 뇌의 예측 기능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편집부 · 2023년 9월 3일 · 읽는 데 2분
아무도 없는 방에서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타는 냄새가 나는데 주변에는 불이 없다. 이런 경험은 생각보다 흔하다. 여러 조사에서 환청을 한 번이라도 겪은 일반인의 비율은 5%에서 15% 사이로 보고된다.
뇌는 받아들이기 전에 예측한다
오랫동안 지각은 감각기관이 받은 신호를 뇌가 해석하는 과정으로 설명됐다. 눈이 빛을 받고, 귀가 진동을 받고, 뇌가 그것을 정리한다는 순서다.
지금은 순서가 반대에 가깝다고 본다. 뇌는 다음에 들어올 신호를 미리 예상하고, 실제로 들어온 신호와 예상의 차이만 계산한다. 예상이 맞으면 처리할 일이 거의 없고, 어긋날 때만 수정이 일어난다. 이 방식은 처리해야 할 정보량을 크게 줄인다.
이 구조에는 대가가 따른다. 예상이 지나치게 강하면, 실제 신호가 없어도 예상만으로 지각이 만들어질 수 있다.
소리를 기대하게 만드는 실험
한 실험에서는 참가자에게 특정 무늬가 화면에 뜰 때마다 희미한 소리를 함께 들려주며 둘을 연결시켰다. 학습이 끝난 뒤에는 무늬만 보여 주고 소리는 내지 않았다.
적지 않은 참가자가 소리를 들었다고 답했다. 단순히 착각했다고 답한 것이 아니라, 소리의 크기까지 보고했다. 뇌 영상에서는 실제로 소리를 들을 때 활동하는 영역이 함께 활성화됐다.
환청 경험이 잦은 사람일수록 이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예측에 더 크게 의존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냄새는 특히 흔하다
실제로 없는 냄새를 맡는 현상을 환후라 한다. 후각은 다른 감각과 달리 시상을 거치지 않고 대뇌로 곧장 이어진다.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과도 가깝다.
환후는 편두통의 전조로 나타나기도 하고, 측두엽의 이상 신호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바이러스 감염 뒤 후각이 손상됐다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겪는 사람도 많다. 이때는 신경이 다시 연결되면서 신호가 뒤섞이는 것으로 설명된다.
질환과의 경계
환각이 곧 질병은 아니다. 잠들기 직전과 깨어나는 직후, 오랜 고립, 심한 수면 부족 상태에서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임상에서 문제로 삼는 기준은 내용이 아니라 영향이다. 그 감각이 반복되는지, 본인을 괴롭히는지, 일상생활을 방해하는지를 본다. 목소리가 명령하는 형태이거나 공포를 동반한다면 진료가 필요하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
왜 어떤 사람은 같은 조건에서 환각을 겪고 어떤 사람은 겪지 않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예측에 기울어지는 정도가 타고난 특성인지, 경험으로 바뀌는 것인지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다만 방향은 분명해졌다. 환각을 뇌의 고장으로만 보던 관점에서, 지각이 작동하는 방식 자체의 한 끝으로 보는 관점으로 옮겨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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